서대문 아파트 Seodaemun APT































- SCALE
- PURPOSE
- Residence
- SERVICES
- Space Design
구축 아파트는 어디까지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 이 프로젝트는 그 질문에서 출발한 실험이다.
대상은 서대문에 있는 30년 된 아파트였다. 클라이언트가 원한 톤은 ’몰딩은 아니지만 무문선도 아닌 중간’이었다. 모호하게 들리지만 무슨 뜻인지는 분명했다. 미니멀하되 비어 보이지 않고, 단정하되 차갑지 않은 집이다. 우리는 이 감각을 적당함이라고 부른다.
아파트의 정형화된 모습에서 벗어나되 과하게 튀지 않는 선을 찾아야 했다. 베란다는 벽을 남긴 채 샷시만 떼어내고, 천장 구분선을 곡선으로 다듬었다. 외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의 프레임을 바꾸려는 의도였다.
낮은 천장은 상업 공간에서 주로 쓰는 방식으로 풀었다. 천장을 노출해 도장하고, 레이스웨이 위에 T5 간접등을 올려 빛이 천장을 타고 퍼지게 했다. 베란다에서 주방 끝까지 한 줄로 이어지는 레이스웨이는 이 집 디자인의 축 중 하나다.
주방은 서랍과 문을 모두 인도어로 처리해 선과 면의 비례를 드러냈다. 폭이 넓지 않아 아일랜드는 두지 않았다. 대신 거실과 맞닿는 끝을 ㄱ자로 꺾고, 거실 쪽에서도 열리는 수납장을 짜 넣었다. 자주 쓰는 가벼운 식기를 두는 자리다. 흰 면을 가로지르는 나무 선이 주방 전체를 엄격한 그리드로 나눈다. 그리드는 엄격하게 지키고, 나무를 써서 차가운 인상을 덜었다.
안방은 창을 통창으로 바꾸고 창밖에 갈대를 심었다. 구축 아파트의 치명적인 약점인 창밖 풍경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낮은 침대를 창 중심에 맞춰 놓고 뒤편 선반장이 헤드보드 역할을 하게 했다. 잠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고요한 방이다.
베란다가 딸린 작은 방에는 베란다 쪽에 계단 한 칸 높이로 마루를 깔았다. 마루에 올라앉으면 한 단 높은 좌식 공간에서 바깥 풍경을 내려다보게 된다. 아파트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힘든 한국적인 요소를 넣고 싶었다.
치밀하지만 차갑지 않고, 새롭지만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공간을 목표로 했다. 집은 생활하는 곳이고, 생활은 미니멀하기 어렵다. 그래서 짐이 늘고 살림이 쌓여도 구조가 흐트러지지 않는 집이어야 했다. 가죽이 쓸수록 길이 들듯,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지는 집이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