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서리풀 Cafe Seoripul

















- SCALE
- PURPOSE
- Cafe
- SERVICES
- Space Design, Construction
- BUDGET RANGE
- KRW 40,000,000
카페 서리풀은 10평 남짓의 저가 프랜차이즈 카페였던 공간을 4천만원이라는 제약적인 예산으로 리뉴얼, 개인 브랜드로 전환해 시작부터 매출이 3배 이상 상회했던 프로젝트다. 그러면서도 디자인 의도를 해치지 않았던 이상적인 모델이기도 하다.
클라이언트는 이미 몇 해동안 저가 프랜차이즈의 박리다매 모델에 몸이 갈려나간 상태였다. 같은 자리에서 카페를 리뉴얼하며 잡은 목표는 같은 매출을 유지하면서도 객단가를 높이는 것. 10평 남짓의 공간은 그나마도 검정색으로 칠해진 낮은 천장에 짓눌려 있었고, 비효율적인 주방 구성 때문에 홀 면적은 2평이 채 되지 않았다. 효율성과 심미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일이 핵심 과제였다.
서초역과 교대역 사이의 뒷골목, 법무법인 거리. 워낙 암초 상권이라 모든 상점이 30대 이상 남성을 보고 있었다. 대부분 남성인 법무법인 직장 상권이지만, 모든 사무실에 여성 직원이 한 명은 있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저렴하고 빠른 커피가 아니라, 맛있고 예쁜 카페다. 객단가 상승의 지점은 여기에 있다고 봤고, 처음부터 ‘가장 적은 타겟을 위한 유일한 가게’ 를 목표로 했다.
철거를 하고 보니 옆 가게의 천장 조명 빛이 새어 들어올 만큼 부실한 구획벽이 드러났고, 검정색으로 칠해진 낮은 천장은 의외로 굉장히 높았다. 컨셉은 ‘일상 속 휴식’. 모티브는 제주 어딘가의 풍경이었다. 그래서 목벽이나 경량벽 대신, 요즘은 잘 쓰지 않는 조적벽을 다시 쌓았다. 돌벽이 연상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바닥은 콩자갈을 깔고, 공간 한가운데에는 아레카야자를 품은 대형 테이블을 두었다. 동네의 오래된 지명이 마침 ’서리풀’이었다. 어감이 좋아 그대로 이름으로 가져왔다. 돌, 원목, 풀. 모든 디자인 요소가 이 세 가지를 관통하도록 했다.
파사드는 작지만 건축적 요소를 갖도록 했다. 옆 가게와 다른 건물로 보일 만큼 명료하게 구분된 흰색 입면. 간판은 입면의 1/3을 차지할 만큼 크지만, 정작 가게 이름은 오른쪽 귀퉁이 흰색 양각으로만 붙어 있는 양감. 구조상 벽면이 될 수밖에 없었던 왼쪽 구획은 여백으로 비워둔 채 소박한 귤나무 한 그루를 두었다. 면밀하게 계산한 그리드에 원목을 더해 구조적이지만 차갑지 않도록 했다.
의외로 공사 내내 입소문이 났다. 흰색 두부같은 가게는 동네에 없었으니까. 공사 자체가 광고판이었다. 오픈 첫날 점심, 곧장 웨이팅이 걸렸다. 외지인이 일부러 찾아오는 카페는 아니었지만, 동네에서 객단가와 영업이익이 가장 높은 카페가 되었다. 설계와 시공 예산은 3천만원 남짓. 두 달의 매출이 시공비를 상회했다. 외관과 내관 모두 소박하고 단정했고, 결과는 꽤 컸다.
작은 자영업 공간일수록 브랜딩의 관점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별도의 브랜딩 예산을 쓸 수 있는 대형 비즈니스와 달리 자영업 공간은 공간 그 자체가 유일한 브랜딩이자 마케팅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건 매출’ 이란 식상하고 건조한 기반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클라이언트의 꿈과 아름다운 공간도 오래 가지 못해 메마르고 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