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순숨 Space Soonsoom

SCALE
95㎡
PURPOSE
Hotel
SERVICES
Space Design, Construction, Furniture Fabrication, Branding, Operation
BUDGET RANGE
KRW 40,000,000

"치울 수 없는 기둥이 캐노피의 기둥이 됐다."

강화도의 한 초등학교 앞, 일제시대에 지어진 구옥을 독채 호텔로 바꾼 프로젝트다. 대문을 들어서면 마당이 있고 오른쪽에 안채, 왼쪽에 바깥채가 놓여 있다. 한옥과 적산가옥의 양식이 뒤섞인 집이다. 숙박공간으로 쓸 방 옆에는 옛날 문방구로 쓰이던, 길에 면한 공간이 붙어 있다. 여러모로 독특한 구조였다.

공간 정가운데에 구조 기둥이 서 있었다. 철거가 불가능한 기둥이라 의도와 무관하게 디자인의 중심 요소로 품을 수밖에 없었다. 레이아웃은 여기서 시작했다. 기둥을 축으로 침실을 구성하고, 침대를 빙 둘러 커튼을 설치했다. 휴양지 호텔의 캐노피 베드 개념이다. 치울 수 없는 기둥이 캐노피의 기둥이 되면서 구조적 제약이 공간의 중심 장치로 바뀌었다.

디자인의 컨셉은 한국적인 다국적성, 에스닉으로 잡았다. 창호지를 바른 한옥 문, 호스트가 직접 그린 민화, 한지 공예품, 고가구로 바탕을 잡고, 그 위에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의 패브릭과 디테일들을 얹었다. 자개장롱의 문짝은 테이블 상판으로 다시 썼다. 한국적이면서 다국적인 공간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뷰였다. 유일한 창은 마당을 향한 작은 창 하나이고, 창 너머에 볼 것이 없다. 여행에서는 누구나 좋은 뷰를 찾는다. 호텔에서 뷰의 부재는 매우 큰 제약이라 해결할 방법이 필요했다. 답은 창 바깥에 뷰를 직접 만드는 것이었다. 창문 앞, 화장실 옆 벽과 면한 자리에 ㄷ자로 움푹한 외부 공간이 있었다. 벽과 바닥을 같은 흰색으로 칠해 마당에서 완전히 분리된 장면을 만들고, 이동식 욕조와 오래된 중국 산수화 액자를 두었다. 마당에서는 포토존으로 쓰이고, 방 안에서는 창문 너머로 액자 속 풍경을 겹쳐 보는 구성이 된다. 작은 창 하나가 먼 곳을 내다보는 창이 됐다.

입구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문방구 공간과 이어지는 창호 미닫이문이 보인다. 그 앞에 간접조명을 넣은 청록색 벽을 세웠다. 기하학적인 면과 전통 창호가 정면으로 대비된다. 문 앞에는 모로코의 빈티지 카펫, 80년대의 양은 테이블, 90년대 보루네오 가구, 한국 공예품, 열대식물을 함께 배치했다. 고객이 방에 들어서서 처음 마주하는 장면이다. 순숨의 정체성인 한국성을 새롭게 해석한 풍경을 첫 장면에 담았다.

마당 가운데에는 바베큐 등 식사가 가능한 6인용 테이블을 놓고 천장에 흰 천을 드리워 어닝을 만들었다. 고가구가 놓인 한국적 풍경 안에 휴양지의 감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했다.

오픈 직후부터 반응이 왔다. 호스트는 곧 에어비앤비 수퍼호스트가 됐고, 6월부터 8월까지 하루도 비지 않고 예약이 찼다. 순숨은 바로 앞 초등학교가 위치한. 주변에 관광지가 없는 한적한 시골 동네다. 오로지 공간 하나를 방문하기 위한 예약들이었다. 머무는 사람들은 대체로 무언가를 하지 않고 공간 안에 머물며 시간을 썼다. 시간이 멈춘 것 같다는 표현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렇게 온전한 쉼이 가능한 공간을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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